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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파울 프뢸리히 - 로자 룩셈부르크 생애와 사상 | 책갈피(2000) 로자 룩셈부르크 생애와 사상 | 파울 프뢸리히 지음 | 정민 옮김 | 책갈피(2000) 1919년 1월 15일 밤 9시경. 칼 리프크네히트(Karl Liebknecht)와 로자 룩셈부르크(Rosa Luxemburg)는 빌헬름 피이크와 함께 빌메르스돌프의 만 하더이더 거리에 있는 그들의 마지막 피난처에서 린드너 중위가 지휘하는 일단의 군인들과 그 지역 시참사회 첩자였던 메링이라는 하숙집 주인에게 체포되었다. 처음에 그들은 거짓 이름을 대었으나 그들은 이미 리프크네히트의 얼굴을 알아보고 뒤를 밟은 첩자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칼은 먼저 시참사회 본부로 끌려갔다가 이웃의 에덴호텔로 옮겨졌고, 잠시 후 로자와 피이크도 군대의 삼엄한 경계 속에 뒤따랐다. 칼이 호텔방으로 끌려들어오자마자 그의 머리통으로 .. 더보기
강제욱, 노순택, 이상엽, 임재천 -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청어람미디어(2004) 낡은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 강제욱, 노순택, 이상엽, 임재천 지음 | 이미지프레스 기획 | 청어람미디어(2004) 내 소유의 카메라가 생긴 건 지난 1997년의 일이었을 게다. 구입하기 까지 특별한 기억이 없을리 없건만 그런 사실을 구구절절 밝히는 건 재미없는 일이겠다. 그래도 몇 마디 하자면 대개 제법 가격이 나가는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꼼꼼하게 물어보거나 따져보는 편인 나이지만 카메라 구입에 관해서만큼은 특별히 누군가에게 문의해본 기억이 없다. 대학 시절 아는 사진과 녀석이 사용하는 카메라를 보고 오래전부터 탐내고 있었기 때문인데, 그 놈은 캐논 EOS-5 였다. 무엇이든 처음의 기억은 오래 가는 법인데, 중간에 기기변경의 유혹을 느끼긴 했지만 가격을 고려해봐도 그렇고.. 더보기
파울로 프레이리 - 희망의 교육학/ 아침이슬(2002) 희망의 교육학 | 파울로 프레이리 지음 | 교육문화연구회 옮김 | 아침이슬 2002 1. 유시민과 단병호 유시민이 면바지에 노타이 차림으로 국회의사당에 등원해 의원 선서를 하려 했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걔중에는 보수화된 의회 권력에 던지는 참신한 반항으로, 다른 한쪽에선 문제의 핵심은 건드리지도 못하면서 변죽울리기 깜짝 쇼부터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었다. 유시민의 도전이 과연 보수화된 의회 권력에 던지는 참신한 반항인지 아니면 그저그런 깜짝쇼로 후세에 평가받게 될지는 결국 국회의원이 된 유시민이 앞으로 어떤 실천, 행보를 보일 것이냐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유시민의 복장이 문제가 된지 1년여가 지나는 시점에서 우리에겐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그것은 43년만에 .. 더보기
에릭 홉스봄 -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끌리오(2000) 새로운 세기와의 대화/ 에릭 홉스봄 지음/ 강주헌 옮김/ 끌리오(2000) Photograph: Eamonn McCabe "에릭 홉스 봄"은 현존하는 가장 대표적인 좌파 역사학자다. "학문에는 국적이 없으나 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는 말처럼 때로 학자의 국적 못지 않게 지식인에 대한 이념적 구분, 좌파냐, 우파냐로 구분되는 것은 일정한 지적 편향성을 지녔다는 말과 동등하게 대접되고는 한다. 가령, 사무엘 헌팅턴, 후란시스 후쿠야마, 기 소르망과 같이 그들이 속해 있는 집단 혹은 이념적 편향이 강하게 드러나는 경우 - 이들은 가 특히 사랑하고 석학(?)으로 대접하는 해외 지식인들 - 가 있다. 때에 따라 이런 지식인들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지닌 집단(가령 "네오콘"이 자본을 대고 있는)의 연구소에 소속되.. 더보기
조안 글래스콕(Joanne Glasscock)의 "센토(The Centaur)" 조안 글래스콕(Joanne Glasscock)의 "센토(The Centaur)" 조안 글래스콕의 센토를 떠올릴 때, 나는 몇몇 뮤지션들을 덩달아 떠올리게 된다. 가령 레어버드(Rare Bird)의 "Sympathy"와 칼라 보노프(Karla Bonoff)의 "The Water is Wide"와 같은 곡들 말이다. 이런 곡들을 가리켜서 일명 한국인의 All Time Request Song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단지 한 장의 앨범을, 그 중의 한 곡이 외국에서의 평가보다는 국내에서의 높은 평가로 사랑받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그야말로 한국인들의 민족 정서란 것을 아예 부인하기는 어려운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영국 출신의 싱어송라이터인 조안 글래스콕의 센토를 처음 들었던 것은 아마도 초등학생 무렵이었던 듯 싶.. 더보기
작전명 발키리 (Valkyrie) █ 작전명 발키리 (Valkyrie)/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톰 크루즈/ 제작 2008 미국, 독일 난제 - 역사성과 오락성(흥행성적) 그리고 작품성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과 사건을 영화나 드라마, 소설로 재구성하는 일은 화살 하나로 세 개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처럼 어렵다. 역사성과 오락성(흥행성적) 그리고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겠는가? 언젠가 어느 신문 기자던가, 평론가가 영화 에서 헥토르가 아킬레스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썼다가 인터넷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스포일러를 유포했다고 혹독한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내가 이 일을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무렵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 좌석의 젊은 여성 둘이 나누는 대화를 실제로 들었기 때문이다. 두.. 더보기
역정(나의 청년 시대) - 리영희 저작집 6 | 리영희 (지은이) | 한길사 | 2006 역정(나의 청년 시대) - 리영희 저작집 6 | 리영희 (지은이) | 한길사 | 2006 여기 한 사람의 인생 역정이 있다. 언론인이자 학자, 우리 시대의 양심이자, 웃어른이 남긴, 부제를 '리영희 자전적 에세이'라고 하는 책이 그것이다. 그는 이 글을 집필할 때 이미 수많은 젊은이들의 삶의 향배를 결정지은 책(전환시대의 논리 등을 비롯한 - 나 역시 그의 책들 중 가장 먼저 접한 것이기도 하다)들을 저술한 유명한 학자이자 언론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1980년 광주민중항쟁 사건의 '배후조종자' 혐의로 중정 지하 삼층에서 혹독한 시달림을 당했고, 그 자신이 도저히 더는 글을 쓸 수 없게 되리란 판단 아래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정리하겠다는 마음으로 - 이는 마치 사마천이 궁형을 당한 뒤, 사기에 전념한 것.. 더보기
기시다 슈 - 성은 환상이다, 이학사, 2000 성은 환상이다 | 기시다 슈 지음 | 박규태 옮김 | 이학사 | 2000 성은 일상의 이면에서 표면으로 떠올랐고, 말초적인 성(sex)으로부터 학문적인 접근 방식의 성에 이르기 까지 셀 수 없이 많은 담론들이 있다. 그럼에도 성담론은 여전히 일반인의 접근을 가로막는 형태(말초적인 차원부터 고급한 차원까지)로 왜곡되어 있다. 가령, 성의 매매춘 문제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그것이 남근주의 사회, 자본주의 체제, 가부장적 질서 속에 여성에게 강제된 것이라고 항변한다. 맞는 말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도 반론들은 늘상 존재해 왔다. 여성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매매춘에 임하는 경우는 어찌 보아야 하는가? 경제적 궁핍의 정도, 사회적 지위, 문화적인 레벨과 상관없이 자발적인 매매춘에 임하는, 점차 교묘해지는 .. 더보기
조지 오웰- 동물농장 █ 동물농장, 회의주의자 벤자민 보다 복서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1903년 6월 25일, 당시 인도의 식민지였던 벵골의 모티하리에서 식민지 하급관리의 아들(본명은 Eric Arthur Blair)로 태어난다. 그의 탄생일이 기묘하게도 한국전쟁 발발일인 6월 25일이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작가 오웰은 우리나라에 많은 인연을 맺고 있다. 그는 6.25에 태어나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사망했고, 1945년 출간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동물농장(Animal Farm)』이 외국어로 옮겨져 소개(1948년, 김길준)된 최초의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한국이 냉전의 최전선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해외정보국(VSIA)은 19.. 더보기
이주헌 -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 학고재(2003) 이미지(색채를 포함한)로 말하기에 익숙한 예술가나 그것을 읽어들이는 전문적인 훈련을 쌓은 미술비평가들의 고민이 무엇일까? 회화 혹은 조각을 모두 포함한 예술 장르로서의 미술, 거기에 난해함을 더한 현대 미술의 조류를 모두 한눈에 파악하고 있는 감상자들, 일명 고급 문화 향수자들이라 해야할 일부를 제외하고 미술은 그저 막막한 대상에 불과할 것이다. 마치 보리수 밑에서 진리를 터득한 부처이지만 그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단이 없다면 과연 오늘날의 불교가 성립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고민이 예술가와 미술비평가의 고민일 것이다. 자신은 어떤 회화를 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나 그것을 일반 감상자들 에게 전할 방법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을 발견한 비평가도, 그 작품을 만든 작가 자신도 답답하지 않을까? 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