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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한국 현대미술사 이야기 - 박용숙, 예경(2003) 한국 현대미술사 이야기 - 박용숙, 예경(2003) 가끔 독자를 압도하는 느낌의 책이 있다. 이 책의 전체가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현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당대가 위치한 지점으로 다가올수록 점점 더 이야기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로 다가올수록 비평은 비평이기 이전에 일종의 예언서가 되어가기 마련이다. 이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의 속편격이다. 가 선사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는 한국미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이후부터 당대에 이르는 한국 미술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의 저자 박용숙 교수의 글을 예전에 읽어 본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에겐 낯선 인물이란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독후감에 그것도 국내 저자의 학력을 언급하는 것을.. 더보기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 그림으로 보는 황금가지|까치글방(2000) 그림으로 보는 황금가지 |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지음 | 이경덕 옮김 | 까치글방(2000) 어떤 학자들의 이름은, 그리고 어떤 학자의 어떤 책들은 다른 이의 책을 읽다가 숱하게 접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맑스의 원전(독어책을 말하는 건 아님)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딘가에서는 맑스가 이런 얘기를 했다더라. 발터 벤야민의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이란 짤막한 논문을 읽지 않았어도 벤야민이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에서 이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프레이저 역시 그렇게 정작 그의 저작보다는 인용된 문구를 통해 더 많이, 더 자주 만나게 되는 학자다. 종종 고전이나 명저를 추천해달라는 사람들의 막막함 속엔 그런 알맹이만 쏙쏙 빼먹고 싶다는, 직행하고 싶다는, 나는 앞서고 싶고, 실패하고 싶지 않다.. 더보기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 책: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들녘(2003) 책 - 사람이 읽어야 할 모든 것 ㅣ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3 크리스티아네 취른트 지음, 조우호 옮김 / 들녘(코기토) / 2003년 10월 "책이 책을 말하다" 책에 관한 책을 이야기할 때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든다. 책에 관한 책들을 분류해보자면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책에 대한 책들이란 대개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책, 책을 둘러싸고 있는 저자들에 대한 책, 아니면 책 그 자체에 대한 책을 말할 것이다. 책이란 게 대관절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책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대하는가? 아마 책은 세상 그 자체일 것이다. 누구나 인생은 한 번 만 산다. 천 번을 다시 태어나는 고양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전의 기억이 계속 이어지는 동안만큼 그 고양이도 단 한 번의 일생을 사는 것과 진배없다. 만년을.. 더보기
최성일 -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1~5 | 출판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 1~5 | 최성일 | 출판사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이 책의 저자 최성일 씨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되는 출판평론가이다. 몇 사람 안되니까 그 희소성만으로 소중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무엇보다 그의 고집을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이다. 클래식음악 애호가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은 때로 어느 음반의 어느 연주가 보다 수준이 높고 진정한 명반인가를 가리기 위해 수일 밤낮에 걸쳐 토론 벌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주도(酒道)에 층위가 있는 것처럼 애호가에도 층위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독서에 그런 층위를 부여하는 것은 때로 우스운 일이다. 그 까닭은 독서라는 것 자체가 감성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고, 그 대상 범.. 더보기
무쇠인간 | 테드 휴즈 지음 | 서애경 옮김 | 비룡소(2003) - 테드 휴즈의 작품은 국내에선 별로 인기가 없었지만 외국에선 제법 인기있는 작품이라 비룡소판의 삽화를 그린 '앤드류 데이비슨'이 아닌 다른 작가의 삽화로 된 판본도 있다. 무쇠인간 | 테드 휴즈 지음 | 서애경 옮김 | 비룡소(2003) 내가 '테드 휴즈(Ted Hughes)'를 알게 된 건 그가 1998년 10월 28일 68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난 영국의 계관시인이라는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도리어 그의 아내이자 같은 시인이었던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때문이었다. 이것은 실비아 플라스가 결국 자살에 이르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는, 시인으로서 테드 휴즈의 성공과 유명세에 비해 실비아 플라스가 가정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며 자신의 재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비관에 기인한 것이라는 .. 더보기
홍승우 - 비빔툰(2005) 비빔툰/ 홍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2005) 어느 때부터인가 한껏 엄숙하기만 했던 우리 사회의 중앙일간지들이 이제 시사만평뿐만 아니라 만화(코믹스)에도 조금씩 공간을 할애하기 시작했고, 이들 언론사들이 발간하는 다양한 매체에도 만화가 조금씩 터를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환영할 만한 일이고, 도리어 때늦은 감마저 있지만 그 자체로 좋은 현상이다. 이것이 만화가 자신의 스타성 덕분이든 파워풀한 대중 매체의 영향력 덕분이든 간에 점차 만화가 자신이 스타로 떠오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소수에 불과하고, 굳이 만화가가 스타가 되어야 할 이유 같은 것은 없지만 가끔 자신의 작품을 정기적으로 게재해주는 매체의 정치적 자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본래 가지고 있던 미덕을 지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작가.. 더보기
염쟁이 유氏 사회, 문화와 예술 전방위적으로 살펴보고 기획하여 청탁하고,잡지를 만들고, 때때로 글을 쓴다. 그것이 나의 직업이다. 잡지(雜誌)쟁이... 그게 나의 직업이고, 나는 그 직업을 천직으로 여긴다. 초등학생 때 나는 스파이가 되고 싶었다. 스파이가 되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잘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에 나는 무슨 일이든 관심을 가졌고, 잡학다식하여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퀴즈왕에 나가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스파이를 꿈꾼 아이가 자라서 퀴즈왕이라니... ^^;;; 스파이도 퀴즈왕도 해본 적이 없지만 대신에 현실적으로 나의 천성과 부합되는 일이 서양에서는 매거진이라 하고, 동양에서는 잡지라 부르는 매체의 편집장이 되었다. 매거진이란 말보다 잡지란 말이 이 매체의 성격을 실천적으로, 내용적으로 잘 규정.. 더보기
이시카와 타쿠보쿠 시선 - 민음세계시인선 55 백석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시인 이시카와 타쿠보쿠(石川啄木, 1886 - 1912)의 시집이다. 지금은 죽어 일본 하코다데에 묻혀 있는 시인. 교사 신분으로, 학교개혁을 위해 학생들을 선동하였다는 죄목으로 직장에서 쫓겨난 시인이었다(당시 일본은 국가적으로는 부국강병주의가, 사회적으로는 개인주의가 팽배했다. 말이야 '개인주의'였겠지만 '국가'가 강조되던 시기의 사람들로서는 자신의 내면으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고통스러웠던 '근대의 기억'은 일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근대화 역시 그들 사회의 내적인 필연성이나 필요에 의한 요구에 의해서 이룩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페리 제독이라는 외세의 압력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도쿄에서 열린 극동군사.. 더보기
레이먼드 브릭스 - 바람이 불 때에 | 시공주니어(1999) 바람이 불 때에 | 레이먼드 브릭스 지음 | 김경미 옮김 | 시공주니어(1999) 이 책의 저자 이름을 보고 이 책이 그의 다른 책들 가령 "스노우맨, 산타할아버지의 휴가, 곰" 등을 연상하는 분들은 레이먼드 브릭스(Raymond Briggs)를 잘 아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는 약간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작품들이 일종의 해피엔딩에 아동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면, 이 책은 아동들이 읽기 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혹은 만화를 이용한 일종의 반핵계몽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 15분 17초. 핵폭탄이 투하되자 폭격기 승무원들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서둘러 특수방안경을 착용했고, 히로시마 상공 570m 지점에서 인류 최초의 핵폭탄은 성공적으.. 더보기
뱅크시 - 뱅크시 월 앤 피스(BANKSY Wall and Piece)/ 위즈덤피플(2009) 표정 없는 거리에 인간의 얼굴을 돌려주는 그래피티 테러리스트 - 뱅크시(Banksy) 뱅크시를 가리키는 말은 제법 많다. 내가 알기로 1974년 생이라고 들었는데,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서(은둔형이다) 일명 '얼굴 없는 아티스트'라고도 부른다. 그(녀)가 주로 작업하는 공간은 아웃도어다. 다시 말해 '낙서화가(Graffiti Artist)'란 것이다. 그러나 뱅크시의 의미나 명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사건은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근엄한 예술공간인 '대영박물관, 런던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뉴욕 현대예술박물관' 등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도둑전시'했던 해프닝들 덕분이었다. 대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은 파르테논 신전을 모사한 것처럼 굵직한 기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