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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베트남 10,000일의 전쟁 - 마이클 매클리어, 유경찬 옮김, 을유문화사, 2002 베트남, '만(萬)일의 전쟁'이란 제목의 책이다. 잔다르크가 활약했던 전쟁을 일컬어 '100년 전쟁'이라 기억하고 중세의 붕괴를 가져온 '30년 전쟁'이 있다. 아마도 이렇듯 장구한 세월의 이름이 붙은 전쟁을 떠올리면 머릿속에 장엄한 대로망이 그려지는 이들도 있으리라. 100년 전쟁, 30년 전쟁은 그 이름에 불구하고 그 기간 동안 내내 전투를 치른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또다른 30년전쟁 베트남전의 경우엔 거의 매일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인 학살과 전투가 일과처럼 벌어진 전쟁이었다. 1945년 4월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1975년 4월 30일 종전될 때까지 베트남에서는 그야말로 한 세대가 전멸하는 고통 속에서 베트남 민족의 독립과 자주, 해방을 위해 투쟁했다. 그 매일매일이 쌓인 시간이 10,000일에.. 더보기
이현배 - 흙으로 빚는 자유:옹기장이 이현배 이야기/ 이현배/ 사계절출판사(2000년) 우리말에서 "옹"이란 말은 별도로 정한 바 있는 접두사는 아니다. 그러나 "옹"이 붙는 표현들은 "옹골지다", "옹골차다"와 같은 형용사에서 볼 수 있듯 '실속이 있는 것', '내용이 충실한'과 같은 느낌과 뜻으로, "옹기옹기", "옹기종기" 등과 같은 부사에서 느낄 수 있듯 따듯한 정감이 느껴지는 표현으로 사용된다. 물론 "옹고집(壅固執)"이나 "옹졸하다(壅拙)"와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도 없지는 않으나 그것 역시 악하거나 나쁜 느낌이기 보다는 민화에서 장난스럽게 표현되는 도깨비 같은 느낌이다. 이렇듯 우리 말표현에서 접두사 아닌 접두사처럼 사용되는 "옹"이란 말이 그릇으로서의 "옹기(甕器)"에서 비롯된 것인지 과 같은 "옹"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알 수 없고, 학술적으로 연원을 따져물을 재.. 더보기
신영복 - 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돌베개, 2004) 신영복 선생을 만나뵐 기회가 몇 차례 있었다. 처음은 인천에서 '더불어 숲' 모임에서 당신이 강연하실 때, 다음 두 번은 학교에서 뵈었다. 이재정 당시 성공회대 총장을 인터뷰하는 자리에 신영복 선생이 동석해주셨고, 다음 번엔 당신 자신이 인터뷰의 대상이 되어서 당신의 연구실에서 뵈었다. 이 때 인터뷰 끝내고 함께 학교 식당에서 국수를 먹었고, 식사 후엔 직접 구내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오셔서 성공회대 새천년관의 명물인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녹여 먹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뵌 것이 부천 '더불어 숲' 모임에서 강연하시는 자리에서였다. 그러니까 이 책 "나의 동양고전 독법 - 강의"를 출간하고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이었다. 강연 끝나고 간단하게 저자 사인회가 있었는데, 난 그날 선생.. 더보기
마지드 마지디 - 천국의 아이들(Children of Heaven) 감독 / 마지드 마지디 출연 /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쉬마인), 자라(바하레 세디키) 간혹 "세상살이가 다 비슷하다"는 말엔 인생의 고단함을 위무받고자 하는 이의 간절한 소망이 묻어있기 마련이다. 그렇다. 세상살이가 다 거기서 거기일 것이다. 혹시 비디오 가게에 가서 이 비디오 테잎을 발견하고 들었다 났다 하며 그냥 골치 아픈 데 액션 영화나 한 편 때리지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지 말고 이 영화를 한 번 보도록 권하고 싶다. 거기엔 아주 먼 곳에 살고 있는 알리와 자라, 오누이가 있고 나와 당신의 어린 시절이 있고, 이제는 운동화가 떨어지기 전에 쓰레기통에 버리는 부유함 속에 잊혀져 버린 우리들이 있다. 알리(아미르 파로크 하쉬마인)는 몸이 아픈 엄마의 심부름으로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 더보기
조태일 - 국토 아마도 내가 가지고 있는 창비시선 중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 중 하나는 조태일 선생의 "국토"가 아닐까 싶다. 누렇게 변색된 종이에 비닐 커버가 달린, 판권란 밑에 박힌 정가는 500원이었던 그의 시집. 사실 조태일의 시는 지사적 풍모와 선굵은 활동 탓에 오랫동안 남성적인 시세계를 가진 것으로만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 시인의 시세계와 삶에서 그런 모습을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를 대표하는 연작시로 손꼽히는 "國土"와 "식칼論" 등은 그에 대한 이런 고정관념을 좀더 확고한 것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식칼론 2 ―허약한 詩人의 턱 밑에다가 뼉다귀와 살도 없이 혼도 없이 너희가 뱉는 천 마디의 말들을 단 한 방울의 눈물로 쓰러뜨리고 앞질러 당당히 걷는 내 얼굴은 굳센 짝사랑으로 얼룩져 있고 미움.. 더보기
꽃섬 - 감독 : 송일곤(2001) 꽃섬(2001) 감독 : 송일곤 출연 : - 혜나(김혜나), 유진(임유진), 옥남(서주희) - "슬픔과 희망 사이 그곳엔 신비한 힘이 있다." 라는 카피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 영화 . 단편 영화들로는 이미 유명한 감독인 송일곤의 첫번째 장편 영화이다. 사실 나는 을 보기 전에 몇 차례 송일곤 감독의 영화들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명성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지만 단편 영화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허세 같은 것.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 영화는 영화로서의 생명이 절반 이상 뚝 떨어진다는 나의 단견이라면 단견이 그것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영화 속 배우들은 어쩐지 연기를 하는 것 같지 않은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나 역을 맡았던 김혜나는.. 더보기
이와무라 쇼헤이 - 간장 선생 (カンゾ-先生: Dr. Akagi) 간장 선생 Kanzo Sensei, 1998 - 감독 : 이와무라 쇼헤이 - 배우 : 이모토 아키라(간장 선생 아카키) * 소노코 : 아소 구미코 * 우메모토 : 카라 주로 * 토리우미 : 세라 마사노리 * 피터 : 갬블린 자끄 * 토미코 : 마스자카 게이코 먼저 밝혀둘 것은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는 유일하게 이 한 편을 보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이와무라 쇼헤이란 감독에 대해 나는 신뢰할 수 있는 감독이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개인적으로 '이모토 아키라'라는 배우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데 있다. 이와무라 쇼헤이 감독보다는 오히려 주연배우인 '이모토 아키라'를 보고 싶어서 선택한 영화였다. 이코토 아키라는 이 영화말고도 국내에서 소개된 영화로 '으랏차차 .. 더보기
차용구 - 로마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 : 영화로 읽는 서양 중세 이야기 로마 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 - 영화로 읽는 서양 중세 이야기 / 차용구 지음/ 푸른역사/ 2003년 11월 이 책 "로마 제국 사라지고 마르탱 게르 귀향하다"는 중앙대 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차용구 교수가 일반인들의 중세사 이해를 돕기 위한 역사영화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제가 '영화로 읽는 서양 중세 이야기'라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의 내용이 어떤 것일지를 상상하는 것은 더욱 쉬워진다. 최근 국내 언론에서는 연이어 자연과학에 대한 푸대접을 이야기한다. 얼마전 남극 세종기지에 일어난 사고 소식과 뒤이어 알려진 세종기지 연구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 기초가 약한 것이 어디 이런 학문 분야 자연과학 분야에 불과할까 싶지만 역시 학문 분야에만.. 더보기
이주헌 - 미술로 보는 20세기 : 학고재신서 19 미술로 보는 20세기 - 학고재신서 19/ 이주헌 지음/ 학고재/ 1999년 - 도상학자 파노프스키가 그랬다던가?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미술 작품을 보라고... 이 책 "미술로 보는 20세기"의 저자 이주헌 선생은 확실히 그런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집필하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20세기에 만들어진 미술작품들을 통해 이 100년의 실체를 이해해 보려는 나름의 새로운 접근법"으로서 이 책을 만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역사를 말할 때 간혹 '청사(靑史)'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이 때 청사라는 것은 아직 종이가 발명되기 전의 시기에 대나무를 다듬어 역사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때 기록된 역사는 당연히 문자를 통한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파노프스키는 어째서 미술 작품을 보라고 말할까? 그것은 .. 더보기
달나무 - 달나무의 고양이방/ 북키앙/ 2003 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솔직히 말해서 요새 신경이 무척 날카롭다. 겨울이 지나갈 동안은 늘 이럴 것임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이건 나의 본능일까, 후천적으로 체득된 '드러분 승질머리'일까. 어쨌든 그런 탓인지 아내의 잔소리 탓인지 몰라도 일요일 아침 아내의 단잠을 깨우지 않기 위해 혼자 조용히 아침 밥상을 차려먹은 이 기특한 서방님에게 간만에 일찍 일어나 부엌을 어지럽혔다는 죄목을 뒤집어 씌운 죄많은 '안해(아내)'님과 토닥거렸다. 그리고 두 내외는 오전, 오후 나절을 소식 두절하고 없는 듯이 지냈다. 물론 이 '연애대전'의 전말은 늦은 오후 무렵 부부가 함께 머리를 자르러 가면서(아내는 퍼머를 하고) 이렇다할 휴전 조인식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털갈이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