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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철학, 예술을 읽다 - 철학아카데미 지음 / 동녘 / 2006년 철학, 예술을 읽다 - 철학아카데미 지음 / 동녘 / 2006년 『철학, 예술을 읽다』는 시민을 위한 대안 철학학교인 ‘철학아카데미’가 그간 진행해온 예술과 철학이라는 세미나에서 강의된 텍스트를 모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을 위한 강의였던 만큼 개괄적이고, 대중적인 수준의 텍스트란 점이 이 책이 지닌 기본적인 미덕이자 역시 한계라면 한계일 것이다. 그러나 『철학, 예술을 읽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미학(美學)이란 학문 영역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세계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학 자체가 근대의 학문이자 서구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갈 수 있고 또 가야 할 길을 창공의 별이 지도 몫을 하는 시대는 복되도다”란 루카치의 언술에서 말하는 시대가 그리스 고전 시대란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더보기
격동의 서양 20세기사 - 박무성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2년 3월 격동의 서양 20세기사 - 박무성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2년 세기말이었던 지난 2000년 무렵 나는 혼자서 이런저런 궁리 끝에 내나름으로 지난 20세기 세계사적으로 의미가 있었던 혹은 세계를 움직인 10대 사건을 정리해보기로 결심했었다. 생각외로 이런 궁리는 재미있다. 오늘 하루 내게 일어난 일 가운데 재미있었던 혹은 재미와 상관없이 기억할만한 일 3가지를 정리해보는 일, 한달 동안, 아니면 1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10대 사건을 언론사에서 정리하는 것처럼 혼자 해보라. 그렇게 해서 막상 정리된 사건들을 보면 정말 이 한 해동안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던가? 싶기도 하고, 저 일이 올해 있었던가? 싶기도 하다. 내가 궁리 끝에 정리해낸 "20세기, 세계를 움직인 10대 사건"은 다음과 같.. 더보기
절망의 끝에서 - 에밀 시오랑 지음, 김정숙 옮김 / 강 / 1997년 3월 절망의 끝에서 - 에밀 시오랑 지음, 김정숙 옮김 / 강 / 1997년 3월 "죽음이란 생을 낭만화하는 원리이다. 생에 로맨틱(낭만적) 차원을 주는 원리이다" - 노발리스 희랍어 "아포리아"는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없는 난관을 의미하는 말로 막다른 길이란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상대방의 논리를 아포리아 상태에 빠뜨리는, 무지의 자각이란 교육법으로 젊은이들을 가르쳤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은 대화에서 로고스의 전개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기는 난관을 일컬어 아포리아라고 말한다. 아포리아란 철학의 막다른 길은 아니지만 말이 끊기는 곳에서 사유가 꽃핀다는 점에서 가장 "끊을 절 + 입구 = 철학"적이다. 내가 위치한 지점(혹은 입장)을 어느 순간부터 자각하게 되었는가? 그 시기는 잘 알 수 없으나.. 더보기
도어즈(The Doors) - In Concert(Live) In Concert - Live 도어즈(Doors) 노래 / 워너뮤직코리아(WEA) / 1991년 5월 아버지, 난 당신을 죽이고 싶어. 어머니 난 당신을 밤새도록 사랑하고 싶어. 그건 가슴시리도록 당신을 자유롭게 하지. "도어즈"란 그룹의 이름은 종종 "짐 모리슨"과 동격으로 다뤄지곤 한다. 그럴 경우 가장 손해를 입는 그룹 멤버는 역시 "레이 만자렉"이다. 짐 모리슨이 그룹에 카리스마를 부여했다면, 레이 만자렉은 그룹의 음악에 골격을 세워줬다. 도어즈 특히 짐 모리슨은 당시 팽배해 있던 마약과 깊이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에 애시드 록(acid rock)의 느낌이 강하다. 거기에 클래식 음악 교육으로 단련된 레이 만자렉의 신서사이저 연주의 반복적인 리듬과 멜로디는 청중을 사이키델릭한 환상 속으로 끌고 들.. 더보기
작전명 발키리 - Valkyrie 작전명 발키리 - Valkyrie 난제 - 역사성과 오락성(흥행성적) 그리고 작품성 역사 속에 실존했던 인물과 사건을 영화나 드라마, 소설로 재구성하는 일은 화살 하나로 세 개의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처럼 어렵다. 역사성과 오락성(흥행성적) 그리고 작품성을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겠는가? 언젠가 어느 신문 기자던가, 평론가가 영화 에서 헥토르가 아킬레스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썼다가 인터넷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스포일러를 유포했다고 혹독한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내가 이 일을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무렵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옆 좌석의 젊은 여성 둘이 나누는 대화를 실제로 들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기자인지, 평론가인지를 혹독하게 비판했고 그 덕분에 영화 보는 .. 더보기
마법 침대(The Magic Bed) - 존 버닝햄 지음 |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2003) 마법 침대(The Magic Bed) - 존 버닝햄 지음 | 이상희 옮김 | 시공주니어(2003) 개인적으로 존 버닝햄(John Burningham)의 작품 가운데에는 교육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녹아있는 "지각대장 존"을 가장 좋아한다. 탈민족주의를 외치는 시대 조류에 부응하지는 못할 망정 헛소리로 비칠 수도 있는 이야기 한 마디해보자. 민족을 '상상의 공동체'라고까지 하지만 같은 지역, 같은 환경, 같은 습속, 같은 문화(이때 같다는 건 절대적인 동일함을의미하진 않는다)를 공유한 이들끼리 비슷한 기질을 보이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국식의 신랄한 풍자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조나단 스위프트 식의 그런 풍자 말이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 역시 나는 그런 영국식 유.. 더보기
개를 기르다 - 다니구치 지로 지음 | 박숙경 옮김 | 청년사(2005) 개를 기르다 - 다니구치 지로 지음 | 박숙경 옮김 | 청년사(2005) 홀거 하이데에 대한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온 몸이 파김치처럼 피곤에 전 느낌이었다. 아내도 마감 중이라 계속 늦는데 오늘은 아예 집에 못 들어온다고 했다. 소파에 보니 낯선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책 "개를 기르다"였다. 제37회 쇼가쿠칸 만화상 심사위원상 특별상 수상작이란 표식과 함께 "청년사 작가주의 01"란 글이 표지에 있었다. "너를 지켜보고 있자니 그저 눈물이 흐른다" 카피 내용은 그랬다. 첫번째 든 생각은 '청년사에서 이젠 만화도 내는군' 이란 것이었다. 80년대 사회과학 전문 출판사로 출발한 여러 출판사들이 90년대 들어 일련의 자구책으로 문학에서 아동문학으로 분야를 넓혀가는 혹은 외도하.. 더보기
에드가 모랭 - 스타 : 스타를 통해본 대중문화론 / 문예출판사(1992년) 스타 : 스타를 통해본 대중문화론 - 에드가 모랭 / 문예출판사(1992년) 에드가 모랭의 "스타 - 스타를 통해본 대중문화론"은 대학 다닐 때 리포트 제출 참고용 도서로 구입했었다. 책이 여직 깨끗한 것으로 보아 그 무렵 구입해 한 차례 읽고는 오랫동안 책꽂이에 꽂힌 채 다시 읽게 될 날을 기다려 왔던 모양이다. 얼마전에야 나는 이 책을 덮고 있던 오래된 비닐을 뜯어내고 새로 비닐 포장을 했다. 얼마전 원전 반대 어쩌구하면서 생태 이야기를 한참 떠들어댔는데 책을 비닐로 포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뭐냐고 화낼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언젠가 나만의 용도로 이 책들을 재활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서 그러하는 것이므로 널리 양해를 구한다. 에드가 모랭이 이 책을 처음 쓴 것이 1972년의 일이므로 현재.. 더보기
코너 굿맨 - 3.3인치의 유혹,담배 3.3인치의 유혹, 담배 - 골초가 골초들에게 보내는 금연메시지 71 코너 굿맨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1월 이 책의 부제는 "골초가 골초들에게 보내는 금연메시지 71"인데 그보다는 "담배에 대한 71가지 질문과 답변"이라고 다는 편이 나았을 법하단 생각이다. 마치 "스무 고개"를 통해 하나의 사물에 접근해가는 우리네 문답놀이처럼 아일랜드 출신의 저널리스트 코너 굿맨은 담배에 대한 71가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담배의 해악을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 책의 분량 자체도 많지 않고, 활자도 큼지막한 데다가 판형도 작아 전형적인 핸드북 스타일이다. 이 책의 장점은 아마도 금연을 결심한 이가 흡연의 유혹에 시달릴 때마다 급하게 책의 어느 부분이라도 펼쳐 읽으며 흡연의 유혹으로부터 스스로를.. 더보기
기호학연대 - 대중문화 낯설게 읽기 대중문화 낯설게 읽기 기호학연대 엮음 / 문경(문학과경계) / 2003년 10월 "대중문화 낯설게 읽기"는 일정한 의도를 가지고 쓰인 책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모두 꼭같은 의도를 지녔다고 할 수는 없으나 대체로 합의하고 있는 것들은 첫째. "대중문화는 지배 블록과 피지배 블록의 헤게모니가 투쟁하는 장"이란 점이고, 둘째. "대중은 무지하고 야만적이고 대중매체에 쉽게 조작당하는 우중이자 자기 나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자기 앞의 세계에 대응하고 문화와 예술 텍스트를 주체적으로 읽는 수용자"란 것이다. 그리고 셋째. "문화는 억압인 동시에 해방"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넷째. "기호학은 읽고 쓰는 능력을 일컬었던 기존의 ‘리터러시(literacy)’라는 개념을 대체하여 문화에 대한 이해와 판단 능력을 포함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