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문화, 일상, 대중 : 문화에 관한 8개의 탐구 ㅣ 박명진 외 / 한나래 / 1996년 12월 문화, 일상, 대중 : 문화에 관한 8개의 탐구 ㅣ 박명진 외 / 한나래 / 1996년 12월 1996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새로운 키워드들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더이상 혁명도, 민중도 아닌 문화와 일상, 대중이었다. 현실사회주의라 명명된 국가사회주의 체제의 몰락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단순히 맑스 원전의 번역만 뒤늦은 것이 아니라 세계화라는 새로운 트렌드에도 매우 뒤늦었다는 사실을 어느날 갑자기 충격적으로 깨닫는다. 마치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 비행체에 지구의 컴퓨터 바이러스를 심어 일거에 무력화시킨다는 발상처럼 일순간에 대한민국 사회는 포스트모던이란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되고, 모든 것을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글쎄, 이 책은 내가 앞서 말하고 있는 서론 격의 이야기처럼 그리 거창한 .. 더보기
미국의 정치 문명 - 권용립 지음 / 삼인 / 2003년 미국의 정치 문명 - 권용립 지음 / 삼인 / 2003년 문명(civilization)은 시민을 뜻하는 라틴어 '키비스(civis)' 와 도시를 뜻하는 '키빌리타스(civilitas)' 에서 유래한 말이다. 문화비평가 김창남은 "문화가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개념으로 인간의 사고와 표현의 뛰어난 정수로 본다면, 여기에는 예술에 대한 지식과 실천을 통한 정신적 완성의 추구라는 열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종종 문화(culture)와 문명은 서로 대치되는 개념으로 파악되거나 문화의 특수한 한 형태로 파악되어 서로 연결되거나 혼용되어 사용되는 등 실제 사용에 있어 매우 다양한 뜻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문화가 정신적인 발전 상태(가치)를 의미하는 말이라면, 문명은 물질의 발전 상태를 의미하는.. 더보기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 진 쿠퍼, 이윤기 옮김/ 까치글방(1994) 그림으로 보는 세계문화상징사전 ㅣ 까치글방 87 진 쿠퍼 지음, 이윤기 옮김 / 까치글방 / 1994년 5월 이 책은 직접 구입한 것은 아니고, 누군가 선물해주어서 갖게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이고, 학교 다닐 때부터 충분히 권유받아온 방법인지라 새삼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는 방법이겠지만 쉽게 실천에 옮기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사전을 찾아 그 정확한 뜻을 아는 것이다. 이 책의 옮긴이인 이윤기 선생은 "역자후기"에서 실례로 자신이 경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독실한 크리스천 의사 친구의 결혼 축하연에서의 일이었다고 하는데, 축하예배를 이끌던 목사가 군의관의 군복 깃에 달린, 지팡이를 감고 오르는 뱀의 형상이 수놓인 기장을 가리키면서 '여러분, 이 군의관의 기장을 보세요. 지팡이와 뱀을 보.. 더보기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 이시우 사진 / 인간사랑 / 2007년 6월 비무장지대에서의 사색 - 이시우 사진 / 인간사랑 / 2007년 6월 얼마 전 국정원에서는 과거사진상규명활동보고서를 냈는데, 지난 7~80년대부터의 공안사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부공안기관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강화도에서도 배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가야만 하는 작고 외진 섬, 미법도에 한동안 국가공무원들이 자주 들락거렸다. 이유는 한 가지였다. 그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곳을 찾아 미법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간첩으로 몰았다. 납북 사건이 잊혀질 무렵인 1976년 오형근씨 사건을 시작으로 미법도에 공안사건의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1977년 안장영, 안희천씨, 1981년 황용윤씨가 차례로 ‘간첩’이란 꼬리표를 달고 법정에 섰다. 오형근씨 수사 과정에서 안장영씨에 대한 첩보가, 안.. 더보기
어니스트 볼크먼 - 스파이의 역사1:작전편-20세기를 배후 조종한 세기의 첩보전들/ 이마고(2003년) 스파이의 역사 1 : 작전편 - 20세기를 배후 조종한 세기의 첩보전들 어니스트 볼크먼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3년 10월 어쩌다보니 별로 좋아하는 저자도 아닌 "어니스트 볼크먼Ernest Volkman"이 저술해 국내에서 출판된 3종의 책을 모두 읽고, 그 세 권의 책에 대해 모두 서평을 올리게 되었다. 저자 소개에는 그가 첩보기관 및 스파이 분야의 대단한(하긴 대단하다) 전문가인양 소개되고 있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그가 전문가인 영역은 이런 자료들을 쫓아가서 공부하고, 종합해내서 글로 써내는 저널리스트란 점에서 전문가라는 것이지, 이 분야에 종사한 경험을 지닌 전문가는 아니다. 어니스트 볼크먼의 저서 세 권 "전쟁과 과학, 그 야합의 역사", "스파이의 역사 1 : 작전편", "20.. 더보기
윤희상 - 소를 웃긴 꽃 소를 웃긴 꽃 ㅣ 문학동네 시집 90 윤희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6월 지난 언젠가 화요일에 나는 선배 박형준 시인과 함께 국밥을 먹었다. 지금 한국의 시인들이 처해있는 다소 비극적인 상황에 대해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꾸역꾸역 국밥을 밀어 넣었다. 밥알을 씹으며 한 편으론 한국의 시인들이 현대미술이 처한 난관과 흡사한 난관에 처했다는 생각을 했다. '형, 문학이 문학 그 자체의 힘을 잃고, 자꾸만 철학이 되고, 정치가 되어 가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아직 시 문학은 살아있다. 비록 커다란 변화의 조짐들이 불길한 징조가 되어 연이어 출현하고 있지만. 오늘 아침 출근을 하니 또 한 명의 선배 시인이 새로 시집을 냈다고 시집을 보내주었다. 간만에 읽는 신간 시집이다. 첫 .. 더보기
가스파 노에 (Gaspar Noe) -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돌이킬 수 없는 - 가스파 노에 (Gaspar Noe) 감독, 뱅상 카셀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3년 5월 "가스파 노에" 감독의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을 보던 날이 생각난다. 한 마디로 이토록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을 만큼... 이 영화는 함께 본 친구들 앞에서 날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었다. 내 감정을 스스로 돌이켜 보건데 그건 분노도 무엇도 아닌 짜증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넘쳐나는 짜증이 날 분개하게 만들었고,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 애꿎은 물만 벌컥벌컥 들이키게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 아주 간단하다. 아름다운 한 여인(모니카 벨루치)이 지하도에서 한 남자에게 강간당하고, 자신의 애인이 강간당했다는 것을 안 남자 친구가 분개.. 더보기
이것이 명품이다 - 조미애 (지은이) | 홍시(2009년) 이것이 명품이다 - 조미애 (지은이) | 홍시(2009년) "이것이 명품이다"란 책이 어쩌다 보니 집구석에 굴러 다녔다. 아마도 아내가 어디서 구해왔을 것이다. 뒹굴거리다 손에 잡힌 이 책을 나는 나름대로 참 재미있게 보았다. 우선 코코 샤넬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트렌치코트의 대명사 버버리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사실 이 책에 실린 내용 가운데 상당수는 시공사에서 나온 "남자의 옷 이야기1.2"를 통해 이미 아는 내용도 있었지만, 명품을 중심으로 꾸려나간 책 이야기는 윤광준 선생이 쓴 책 등이 있긴 하지만 읽어보긴 처음이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오는 브랜드들을 살펴보니 샤넬이나 아르마니, 크리스찬 디올, 휴고 보스, 버버리, 루이 비통 처럼 낯익은 브랜드들도 있고, 에르메네질도 제냐, 에르메스, 세린느, 아.. 더보기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2005년)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 움베르토 에코가 들려주는 이야기 -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웅진주니어(2005년) 불경하게도 움베르토 에코의 이 책을 피터 L. 버거의 "사회학으로의 초대"를 읽다가 머리를 잠시 식힌다는 의미에서 옆으로 젖혀두었다가 붙잡고 10여분만에 읽어 버렸다.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에는 모두 3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는 원자폭탄을 사랑한 지구의 장군 이야기이고, 두 번째 이야기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이야기이며, 세 번째 이야기는 우주 탐사를 나서 작은 난장이 외계인을 만난 지구 우주인의 이야기다. 당연한 말이지만, 에코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오히려 편안하게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렇다고 에코가 지은 .. 더보기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 장경섭 지음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5년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 장경섭 지음 / 이미지프레임(길찾기) / 2005년 장경섭과 최초의 인연을 창비에서 나온 『십시일반』으로 생각했는데 어제 후배가 전해준 『저예산독립만화지 1996년 6월호 통권 제2호-화끈』을 보니 그와 나의 인연은 그가 데뷔한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야 했다. 그런데 고백할 것은 그에 대한 내 기억을 되살려 준 것은 『화끈』에 실린 그의 작품 때문이 아니라 여기에 실렸던 김동고의 "돌아온 조단" 때문이었다. 이 작품의 그림체가 당시 내게는 꽤 특이하게 느껴졌고, 그 무렵 시카고 불스의 마이클 조단이 은퇴와 복귀를 반복하던 무렵이라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모양이다. 그런 점만 놓고 보자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하고 창비에서 펴낸 작품집 『십시일반』에서도 마찬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