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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과학

전쟁중독 - 조엘 안드레아스 | 평화네트워크 옮김 | 창해(2003)


전쟁중독 - 조엘 안드레아스 | 평화네트워크 옮김 | 창해(2003)


"조엘 안드레아스""전쟁중독"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선동적인 만화책이다. 그가 "한국의 독자들에게"란 글에서 밝히고 있듯 이 책은 1992년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걸프전) 직후 당시 미국 언론이 보인 태도에 불만을 품고 정확한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언론이 보인 태도가 무엇이었기에 한 사람의 만화작가이자, 시민인 "조엘 안드레아스"는 자국 정부와 일부 애국적인 충동에 사로잡힌 시민들에게 불쾌할 수도 있을 이런 만화를 그리게 되었을까?

 

그 내용을 알기 위해서는 이 책을 우리 말로 옮긴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의 글 "미국을 알아야 평화가 보인다"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오늘날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 개의 키워드 "기독교 원리주의, 군사주의, 미국 우월주의, 미국 예외주의"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한국의 보수 언론들이 말하는, '미국은 평시에는 서로 정파와 정견에 따라 이전투구하지만 전시엔 정당은 물론 언론들까지 일체의 정쟁을 중지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통합된다'는 주장들을 접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이란 나라는 개국 이래 2004년 오늘까지 잠시의 휴지기를 제외하곤 거의 항상 전쟁 중이었다. '기독교원리주의'가 미국의 연원까지 거슬러 오르는 것이라면 "군사주의"는 미국의 정치,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개념에 속한다. 거기에 기독교원리주의 선민의식과 결부된 미국우월주의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라는 미국 중심주의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고 타국에는 강제하는 국제법과 국제기구조차도 미국에 대해서만큼은 예외라는 미국 예외주의가 된다.

 

세계 최고의 언론 자유국가로 비춰지는 미국이지만 미국 언론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전쟁이 발발하면 그나마 자신들을 포장해오던 '객관주의'의 외피마저 과감히 벗어던진다. 조엘 안드레아스가 추구한 가장 확실한 목적은 바로 "진실"이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간 미국 시민으로 살면서도 "미국의 피비린내 나는 치욕적인 역사에 대해 배울 기회"가 거의 없었던, "전쟁에 중독된 미국"이 미국의 보통 사람들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하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미국 이외의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미국을 전쟁중독에 순종적이고 이에 부역하는 인구를 가진 '거대한 하나의 깡패'처럼 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미국인들 역시 군사주의에 저항해온 강력한 전통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이런 사실을 공유하는 세계의 양심적인 시민들이 연대하는 반전평화를 달성하고 싶어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미국의 진실"을 좀더 많은 미국인들, 세계 시민들에게 알려 미국의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반전평화라는 확실한 목적을 성취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이 지닌 미덕은 일정하게 만화가 지닌 고유의 미덕에서 출발한다. 복잡한 내용을 알기 쉽게 간추리고, 핵심적인 대사와 지문, 그림을 통해 이성과 함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7장의 구성을 갖추고 있으나 이 책의 쪽수는 100쪽이 채 안 되는 얇은 팸플릿 수준의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의 옮긴이 정욱식 선생이 고백하고 있듯 이 책만큼 "미국의 군사주의", 반전평화에 대한 확실한 호소를 담고 있으면서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한 책도 없다.

 

미국이 나쁘다는 건 알겠는데, 왜 그런지 남에게 설명해주기 어려운 분들이 읽는다면 물론 도움이 되겠다. 하지만 그보다는 미국에도 우리와 똑같이 전쟁에 반대하고, ㅠ.ㅠ 평화를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는 걸 느끼고 싶은 분들에겐 이 책이 더욱 좋은 책이 되리라. 미국에 살고 있는 평화를 사랑하는 시민 여러분! 우리는 미국의 군사주의, 패권주의를 혐오하고, 반대하는 것이지, 당신들, 미국에 살고 있는 여러 시민들을 미워하는 건 아니랍니다. 그 사실은 알아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