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런 차원에서도 죽산 선생의 명예를 회복하고 당신의 평화통일 유지를 이어받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자체가 작게는 인천, 나아가서는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발제를 맡아주신 세 분 선생님의 말씀 역시 이 같은 의미를 다시금 강조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발제에서 드러난 것처럼 거시적인 입장 이외에도 오늘의 토론회는 죽산 선생의 평화통일론을 우리 인천의 발전과 어떻게 결합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우선 이현주 선생의 발제는 죽산 선생과 인천이 얼마나 깊은 관련을 맺고 있으며 해방 이후 인천에서 죽산 선생이 보여준 활동 상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부분에서 역으로 생각하여 해방이라는 중요한 국면을 맞이한 상황에서 죽산 같은 거물 정치인이 서울이라는 중앙 정치 무대를 버려두고, 하필이면 인천을 주요근거지로 택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한때 공산당의 주요 인사였고, 여전히 좌파적인 이념과 정서를 지닌 그가 인천을 주요 정치 무대로 활동할 수 있었던 당시 인천 지역 사회의 정치경제적인, 문화적인 기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고, 이것은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의 인천은 인구 270만의 광대역도시이고, 하나의 도시 슬로건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매우 다양하고 다원화된 이해관계를 지닌 도시가 되었습니다. 인천을 미래의 평화통일도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당시 상황에서 이 같은 평화통일론을 제시할 수 있었던 밑바탕에 있었을 60년 전 인천과 시민들의 문화적 토대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현재의 인천과 비교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축적된다면 앞으로 인천이 평화통일도시로 나아가는 현실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 주제 발표를 해주신 이철기 교수님의 평소 활동에서도 많은 배움을 얻고 있는데 오늘 발표에서도 거시적인 안목에서 죽산의 평화통일론이 새로운 한반도 구상의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재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해주신 ‘철학, 비전, 장기적인 목표의 부재’에 대해서는 비록 ‘건국’이냐, ‘정부수립’이냐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는 어수선한 시절이긴 하지만 죽산의 사상이 여전히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새로운 한반도’ 구상에 있어서 정치적․경제적 남북공동체를 구성한다는 평화통일전략의 수립에 있어서 ‘인천’의 역할이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은 잘 드러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통일이란 과제를 추진하는데 있어 중앙정부의 역할 못지않게 지방자치정부와 시민사회의 역할도 매우 중요할 것인데 이 자리가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앞으로 그와 관련한 정책이나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죽산의 평화통일론은 하나의 상징으로서도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 번째 주제 발표를 해주신 김창수 선생님의 발제는 비록 다른 토론자분들께서 지적하셨던 것처럼 학문적 엄밀성이란 측면에선 보강해야 할 많은 부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앞서 오늘 토론회를 기획한 이용식 박사님도 말씀하신 것처럼 이 토론회가 학술적 성격 보다는 일종의 정책토론회로서 인천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매우 중요한 말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 이명박 정부와 안상수 시장의 인천시 정부의 정책에는 여러모로 유사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외적으로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분배와 내실보다는 개발과 성장 중심의 정책을 우선한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와의 소통 부족 현상이 드러나는 것도 역시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용주의란 이념을 떠나 현실에 깊이 착근한 인식일 때에만 비로소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실용주의는 독단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인천은 대외적으로 명품도시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시민들이 좀더 나은 생활을 꿈꾸고 있지만 명품도시가 담고 있는 정치적 함의 자체에 동의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이현식 사무처장님도 지적하셨지만 인천은 아시안게임과 도시축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품도시’라는 슬로건은 내부적인 목표에는 합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것으로는 세계인의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김창수 박사님의 주장대로 인천은 한반도 평화통일도시로, 나아가 아시아의 평화통일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와 현실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평화통일도시라는 슬로건이 단순한 수사에 그칠지는 몰라도 명품도시를 표방하는 인천시 정부가 인천을 ‘평화통일도시’로 탈바꿈시키자는 시민사회의 주장에 귀기울여주고 소통하고자 시도한다면 인천상륙작전이라는 거대한 전쟁의 참화를 경험한 도시, 인천의 역사와 남북분단의 첨예한 한 현장으로서의 인천을 기억하는 세계인들에게 인천이 어째서 평화와 통일을 그토록 갈망하는지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에 좀더 부연해서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평화박물관으로 전환시켜 나갈 수 있다면 인천이 평화통일도시로 내실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 새얼문화재단에서는 앞으로 죽산 조봉암 선생의 명예회복과 인천의 평화통일도시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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