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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최영미 - 서투른 배우 서투른 배우 - 최영미 술 마시고 내게 등을 보인 남자. 취기를 토해내는 연민에서 끝내야 했는데, 봄날이 길어지며 희망이 피어오르고 연인이었던 우리는 궤도를 이탈한 떠돌이별. 엉키고 풀어졌다, 예고된 폭풍이 지나가고 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너와 나를 잇는 줄이 끊겼다 얼어붙은 원룸에서 햄버거와 입 맞추며 나는 무너졌다 아스라이 멀어지며 나는 너의 별자리에서 사라졌지 우리 영혼의 지도 위에 그려진 슬픈 궤적. 무모한 비행으로 스스로를 탕진하고 해발 2만 미터의 상공에서 눈을 가린 채 나는 폭발했다 흔들리는 가면 뒤에서만 우는 삐에로. 추억의 줄기에서 잘려나간 가지들이 부활해 야구경기를 보며, 글자판을 두드린다. 너는 이미 나의 별자리에서 사라졌지만 지금 너의 밤은 다른 별이 밝히겠지만… 최영미, 『문학사상』,.. 더보기
시를 읽는 이유 장정일은 책을 내는 자신을 일컬어 '위조지폐범'이라고 말했다. 8,900원 하는 책 한 권을 내면 인세 10%를 받으니 자신은 890원짜리 지폐를 발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읽고 보니 맞는 말이라 피식 웃었다. 한국은행이 지불을 보증한 한국은행권의 액면 가치로 환산되긴 하지만 그는 분명히 책 한 권당 890원어치의 가치, 화폐 가치와는 다른 가치를 창출해내는 위조지폐범이다. 얼마전 누군가 나에게 '왜 시를 읽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저 '글쎄'라고 답했지만 오늘 최영미 시인의 신작 시집 "도착하지 않은 삶"을 읽으며 마음에 드는 시에 포스트잇을 가만히 붙여 나가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강태공이 곧은 바늘로 세월을 낚듯 그렇게 시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어부처럼 앉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