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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영

김형영 - 별 하나 별 하나 - 김형영 별 하나 아름다움은 별 둘의 아름다움, 별 둘 아름다움은 별 셋의 아름다움, 별 셋 아름다움은 별 여럿의 아름다움, 별 여럿 아름다움은 별 하나의 아름다움, 별 하나 별 둘 어우러지고 별 둘 별 셋 어우러지고 별 셋 별 여럿 어우러지고 별 여럿 별 하나 어우러지고 아름다운 하늘의 별 어느 별 하나 혼자서 아름다운 별 없구나. 혼자서 아름다우려 하는 별 없구나. 출처 : 김형영, 다른 하늘이 열릴 때, 문학과지성사, 1987 * 세시(歲時)에 받은 일지(日誌) 중 세모(歲暮)가 되어 들춰보면 아무런 메모나 기록 한 줄 없이 말끔한 날들이 있다. 중도에 찢겨나간 일지도 있고, 낙서로 가득한, 지금은 누구에게 무슨 일로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 전화번호가 적힌 일지도 있다. 살다보면 의미로 .. 더보기
김형영 - 갈매기 갈매기 - 김형영(金炯榮) 새빨간 하늘 아래 이른 봄 아침 바다에 목을 감고 죽은 갈매기 * 지역이 지역인만큼 가끔 아파트 옆 더러운 개천가 담벼락 위에 앉아 있는 갈매기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냥 이 시를 읽고 나도 모르게 약간 서글퍼지면서 그렇게 비오는 날 더러운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개천가에 앉아 있는 갈매기가 떠 올랐다. 갈매기 깃털은 왜 더러워지지도 않고, 그런 순백으로 빛나는 건지 말이다. 그래서 시인의 갈매기는 "바다에 목을 감고" 죽나보다. 순백으로 빛나기 위해서.... 더보기
김형영 - 지는 달 지는 달 - 김형영(金泂榮) 이제 지는 달은 아름답다 캄캄한 하늘에 저리 밀리는 구름떼들 데리고 우짖는 草木 사이에서 이제 지는 달은 6천 만 개 눈 깜짝이는 바람에 다시 뜨리니 누가 이 세상 벌판에 혼자 서서 먼 草木 새로 지는 달을 밝은 못물 건너듯 바라보느냐 4월 초파일 절간에 불 켜지듯 바라보느냐 한 해에도 가장 캄캄한 밤에 우리 모두 바라보는 사람들, 바라보는 눈길마다 지난 날은 되살아 머뭇거리다가 멀리 사라진다 이제 지는 달은 아름답다 * "이제 지는 달은 아름답다" 학교에서는 이렇게 앞 뒤를 같은 구절로 끝맺는 시를 수미상관(首尾相關)이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처음과 끝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뜻인데 모두 4연의 이 시에서 마지막 연의 "이제 지는 달은 아름답다"는 앞의 3연이 모두 7행, 5..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