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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김민기 - 김창남, 한울(한울아카데미), 2004. 『김민기』 - 김창남, 한울(한울아카데미), 2004. 영화에는 오마주(hommage)란 말이 있다. 창작자인 감독이 자신의 특별한 존경을 담아 다른 작품의 주요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일컫는 말인 오마주는 불어로 존경과 경의를 뜻한다. 나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오마주를 굳이 말로 표현하자면 영화를 통해 드러내는 오마주의 방식인 "나는 당신의 인생을 닮고 싶습니다."라고 생각한다. "닮지 않았다"는 말을 한자로 쓰면 "불초(不肖)"가 된다. '불초'란 말은 "맹자(孟子) 만장편(萬章篇)"에 나오는 말로 "丹舟之不肖 舜之子亦不肖 舜之相堯 禹之相舜也 歷年多 施澤於民久 요(堯) 임금의 아들 단주는 불초하고, 순(舜) 임금의 아들 역시 불초하며, 순 임금이 요 임금을 도운 것과.. 더보기
김지하 - 새벽 두시 새벽 두시 - 김지하 새벽 두시는 어중간한 시간 잠들 수도 얼굴에 찬 물질을 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다 공상을 하기는 너무 지치고 일어나 서성거리기엔 너무 겸연쩍다 무엇을 먹기엔 이웃이 미안하고 무엇을 중얼거리기엔 내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럽다. 가만 있을 수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새벽 두시다 어중간한 시간 이 시대다 * 나에게는 한 권의 오래된 시집이 있다. 조태일의 국토라는 시집이다. 1975년 5월 20일 인쇄, 1975년 5월 25일 발행이라는 판권에 적힌 세월만큼 낡고 시들해진 시집이다. 책값은 600원. 거기에 적힌 창작과 비평사의 전화번호는 국번이 두 자리다. 장난삼아 조태일이라는 시인의 고명한 이름을 "좆털"이라 불렀던...아, 이젠 고인이 된 시인의 시를 보면서...그의 시 후기.. 더보기
김지하 - 빈산 빈 산 - 김지하 빈 산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빈 산 해와 바람이 부딪쳐 우는 외로운 벌거숭이 산 아아 빈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저 아득한 산 빈 산 너무 길어라 대낮 몸부림이 너무 고달퍼라 지금은 숨어 깊고 깊은 저 흙 속에 저 침묵한 산맥 속에 숨어 타는 숯이야 내일은 아무도 불꽃일 줄도 몰라라 한 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사람아 네가 죽을 저 산에 죽어 끝없이 죽어 산에 저 빈 산에 아아 불꽃일 줄도 몰라라 내일은 한 그루 새푸른 솔일 줄도 몰라라. *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 매일 끊이지 않고, 하루에 시 한 편을 올리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나치게 게으른 친구. 하제누리에게 본을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었고(그가 필자로 시 읽기를 전담해주기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