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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서정주 - 대낮 대낮 - 서정주 따서 먹으면 자는 듯이 죽는다는 붉은 꽃밭 사이 길이 있어 핫슈 먹은 듯 취해 나자빠진 능구렁이 같은 등어릿길로, 님은 달아나며 나를 부르고..... 강한 향기로 흐르는 코피 두 손에 받으며 나는 쫓느니 밤처럼 고요한 끓는 대낮에 우리 둘이는 온몸이 달아...... * 핫슈 : 아편의 일종 * 사람들을 인솔해 미당 서정주의 기념관에 갔을 때,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그의 시에 대한 찬탄을 거듭하며 그의 행적에 대해 눈감거나 그의 행적을 지적하며 이런 시인의 기념관을 세우고, 이런 사람을 기념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하거나, 물론 그 사람들의 속내를 알지 못하니 내가 한 마디로 단정지어 왈가왈부하는 건 폭력적인 단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 분들의 속내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사람들은 두 가.. 더보기
서정주 -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 서정주에 대한 나의 마음은 이율배반적이다. '인간'적으로야 서정주가 밉지만 '문학'적 입장에서 서정주를 나는 미워할 수가 없다. 문학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과 딜레마를 서정주는 잘 보여준다. 본래 표현용법상 '인간적이다'란 말은 너그럽다는 말과 이음동의어다. 인간이란 실수가 잦은 짐승이고, 실수를 통해 배워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해 인간적이라 표현할 때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