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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망명

욕심 (欲心/慾心), 점(點), 길(路) ‘욕심’이라는 말을 뜻하는 한자어는 두 가지 모두 표준어로 쓰인다. 하나는 ‘하고자 할 욕(欲)’을 써서 ‘欲心’이고 다른 하나는 ‘욕심, 욕정을 뜻하는 욕(慾)’을 써서 ‘慾’이다. 세속도시에서 신선처럼 살다간 화가 장욱진(張旭鎭)은 늘 입버릇처럼 “나는 심플하다. 때문에 겸손보다는 교만이 좋고 격식보다는 소탈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뒤이어 나오는 격식과 겸손이 하나의 구(句)를 이루고, 교만과 소탈이 역시 또 하나의 구를 이룬다. 이 말을 다시 풀어보면 ‘나는 심플하다 그러므로 격식을 갖추느라 꾸미는 겸손보다 소탈한 교만이 좋다’는 뜻이 된다. 장욱진의 발언이 지닌 핵심은 단순성(simplicity)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여러 장의 황소 그림을 그려놓고, 자신이 대상을 단순화시키는 과정을 설.. 더보기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 안토니오 그람시 위기는 바로 오래된 것은 죽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것은 아직 탄생하지 못한 시기이다. - 안토니오 그람시 어떤 분이 제게 '망명과 유배'란 말은 결국 '강요된 여행'의 다른 말이 아니냐고 되물은 적이 있습니다. 일견 맞는 말이라 생각했습니다. 망명과 유배, 그리고 감옥살이는 거주지의 이동이 제한되어 있고 혹은 특정한 시공간에 사로잡힌다는 차원으로 보자면 여행이랄 수 없겠지만 우리가 여행을 단지 낯선 풍경에 대한 포획(capture)의 차원이 아니라 또 다른 시공간에 놓인 나, 즉 자아를 발견(detection)한다는 점에서 감옥은 유형을 거친 이들의 우울한 회고처럼 '거대한 학교'일 겁니다. 그들처럼 오랫동안 자신과의 대면을 강요받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겠죠. 저는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얻고, 새로운 것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