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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예술

장욱진의 색깔있는 종이그림 - 김형국 |열화당(1999) 장욱진의 색깔있는 종이그림 - 김형국 |열화당(1999) ▶ 진진묘(캔버스에 유채, 33.0×24.0㎝, 1970) "장욱진의 색깔있는 종이그림"의 저자를 굳이 따지자면 세 사람의 공동 작품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선 이 책이 장욱진의 화집이란 점에서 당연히 대표 저자는 장욱진이 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화가 장욱진의 면모를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김형국 선생이 나서 돕고 있다는 점에서 김형국 선생 역시 이 책의 중요 저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화가 장욱진을 가장 지근거리에서 살펴보고 그의 영혼의 반려로 이 책의 한 부분을 감당하고 있는 저자는 장욱진의 아내 이순경이 또한 중요 저자다. 장욱진 작품 가운데 "진진묘(캔버스에 유채, 33.0×24.0㎝, 1970)"란 것이 있는데, 이 작품은 1970년.. 더보기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 황병기 | 풀빛(1994) 『깊은 밤 그 가야금 소리』 - 황병기 | 풀빛(1994) "국악"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유익서 선생의 장편소설 『민꽃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작품성 유무를 떠나 우리 소설에서 드물게 국악인을 소설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강의 내용은 우리 음악을 하는 전통 명인들이 겪는 비극적인 사랑과 예술에 대한 추구를 다루고 있는데, 소설 자체의 재미도 있지만 그보단 내 개인적인 추억에 얽힌 일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내 기억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할아버지의 환갑잔치, 내가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인 70년대 중반의 일이었다. 그 무렵엔 우리 집안이 쫄딱 망하기 전이라 제법 규모있는 환갑 잔치를 치렀는데, 소리하시는 분들을 모셔다 잔치를 벌였던 기억이 난다. 요새 식으로 말하자면 칠.. 더보기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장소현 | 열화당(2000)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 열화당미술문고 213』 - 장소현 | 열화당(2000)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잔느 에퓌테른느 굳이 우리나라와 일본만 그런 것은 아니고, 전세계적인 분위기이긴 하지만 미술 사조상 특정한 화풍에 대한 선호도로 따지자면 단연 '인상주의'풍의 그림들이 사랑받는다. 그러나 모딜리아니는 인상주의 화풍에 속하지 않음에도 인상주의 화가들 못지 않은 사랑을 받는다. 1884년 7월12일 이탈리아 토스카나지방의 리보르노에서 출생한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수없이 복제된다. 누구라도 그의 그림을 보면 자신의 벽 어딘가 액자에 담아 걸어두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그만큼 그의 작품들은 사랑스럽고, 따스하다. 작품이 그럴진대 작가의 따스함은 오죽할까. 모딜리아니는 동료와 친구를 비롯해 사랑하는 이들의 얼굴을 .. 더보기
팜므 파탈 : 치명적 여인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이명옥 | 시공아트(시공사) | 2008 『팜므 파탈 : 치명적 여인들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 - 이명옥 | 시공아트(시공사) | 2008 인사동 미술갤러리 사비나의 관장 이명옥의 책 "팜므 파탈"은 이중적 재미를 제공한다. 하나는 요녀(妖女)의 이미지로서 팜므 파탈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고, 다른 하나는 19세기 사진술의 출현 이후 일정 부분 그 위치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서구 신사들의 점잖은 포르노물(?)들을 대거 눈요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다. 오늘날 조금이라도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인간의 누드가 예술이 된다는 점에, 여기에 도덕적 금기를 들이미는 것은 창작의 자유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거기에 약간의 의문을 들이대고 싶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렇게 느꼈나?"하고 말.. 더보기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 삶과 철학이 있는 디자인 이야기 - 김민수 | 다우출판사(2002) 『김민수의 문화디자인 : 삶과 철학이 있는 디자인 이야기』 - 김민수 | 다우출판사(2002) 1. 8.15는 누구를 위한 해방이었던가? 지난 총선이 있기 얼마 전 민족문제연구소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그곳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소장으로 계신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을 뵈었는데, 임헌영 선생님은 참 변치 않는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머리 위에 서리가 내렸다는 걸 제외하면 당신은 지금 물리적인 나이로 청년인 사람들보다 더 푸른 청춘이셨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우리들 시야에 들어온 것은 얼마전 누더기로 통과된 친일진상규명법과 친일인명사전 편찬과 관련한 예산을 국회가 삭감한 일 때문이었다. 그날 임헌영 선생은 1945년의 8.15를 해방이니, 광복절이니 하는 명칭 없이 그저 '8.15'라고 부른다 하셨.. 더보기
천년의 그림 여행 - 스테파노 추피 지음 | 서현주 옮김 | 예경 『천년의 그림 여행』 - 스테파노 추피 지음 | 서현주 옮김 | 예경 세계적으로 이름난 출판사란 것이 있다. 프랑스의 갈리마르, 일본의 이와나미 같이 종합출판사로 명성을 얻은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예술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여 명성을 얻는 전문출판사도 존재한다. 프랑스의 라루스, 영국의 파이돈, 독일의 타쉔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명성을 얻은 출판사들이다. 이것을 그대로 한국에 대입해보면 우리의 출판 환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할 수 있는데,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를 대변할 만한 여러 키워드들이 있었지만, 문화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가장 두드러진 것은 누가 뭐래도 "한류(韓流)"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조용한 아침의 나라"란 말은 그 출처가 어디인지,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더보기
촬영금지 - 구와바라 시세이 / 눈빛(1990) 촬영금지 - 구와바라 시세이 / 눈빛(1990) 지난 2005년은 여러모로 흥미 있는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한 해였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난 지 60년이 되는 해이자, 1905년의 을사조약 100년인 해이다(그 외에도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Don Quixote)』가 세상에 나온 지 4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안데르센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거기에 우리가 일본과 한일청구권협정(1965년)을 맺은 지도 40주년이 된다. 우리에게 해방과 지배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복원이라는 의미를 담는 사건들이 같은 끝자리수를 갖는 해에 모두 일어났다는 것은 시간차를 두고 생각해볼 여러 가지 것들을 던져준다. 구와바라 시세이(桑原史成). 1936년생이니 어느덧 칠순이 넘은.. 더보기
한국 현대미술사 이야기 - 박용숙, 예경(2003) 한국 현대미술사 이야기 - 박용숙, 예경(2003) 가끔 독자를 압도하는 느낌의 책이 있다. 이 책의 전체가 그렇다고는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다. 현대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당대가 위치한 지점으로 다가올수록 점점 더 이야기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로 다가올수록 비평은 비평이기 이전에 일종의 예언서가 되어가기 마련이다. 이 책은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의 속편격이다. 가 선사시대부터 19세기에 이르는 한국미술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그 이후부터 당대에 이르는 한국 미술 이야기를 다룬다. 이 책의 저자 박용숙 교수의 글을 예전에 읽어 본 경험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나에겐 낯선 인물이란 것이다. 나는 웬만하면 독후감에 그것도 국내 저자의 학력을 언급하는 것을.. 더보기
뱅크시 - 뱅크시 월 앤 피스(BANKSY Wall and Piece)/ 위즈덤피플(2009) 표정 없는 거리에 인간의 얼굴을 돌려주는 그래피티 테러리스트 - 뱅크시(Banksy) 뱅크시를 가리키는 말은 제법 많다. 내가 알기로 1974년 생이라고 들었는데,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서(은둔형이다) 일명 '얼굴 없는 아티스트'라고도 부른다. 그(녀)가 주로 작업하는 공간은 아웃도어다. 다시 말해 '낙서화가(Graffiti Artist)'란 것이다. 그러나 뱅크시의 의미나 명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사건은 이름만으로도 사람을 주눅들게 만드는 근엄한 예술공간인 '대영박물관, 런던 테이트 미술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뉴욕 현대예술박물관' 등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도둑전시'했던 해프닝들 덕분이었다. 대개의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은 파르테논 신전을 모사한 것처럼 굵직한 기둥.. 더보기
이주헌 - 서양화 자신있게 보기/ 학고재(2003) 이미지(색채를 포함한)로 말하기에 익숙한 예술가나 그것을 읽어들이는 전문적인 훈련을 쌓은 미술비평가들의 고민이 무엇일까? 회화 혹은 조각을 모두 포함한 예술 장르로서의 미술, 거기에 난해함을 더한 현대 미술의 조류를 모두 한눈에 파악하고 있는 감상자들, 일명 고급 문화 향수자들이라 해야할 일부를 제외하고 미술은 그저 막막한 대상에 불과할 것이다. 마치 보리수 밑에서 진리를 터득한 부처이지만 그 진리를 사람들에게 전할 수단이 없다면 과연 오늘날의 불교가 성립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고민이 예술가와 미술비평가의 고민일 것이다. 자신은 어떤 회화를 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나 그것을 일반 감상자들 에게 전할 방법이 없다면 그 아름다움을 발견한 비평가도, 그 작품을 만든 작가 자신도 답답하지 않을까? 특..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