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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CY/바람구두의 유리병편지

사랑한 뒤엔...  사랑한 뒤엔 한여름 꽃가슴에도 멍이 남는다 시인 고은의 짤막한 시 중에서 단 두 줄로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이 몇 편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아래의 시인데요. 미안하다 나 같은 것이 살아서 오일장 국밥을 사먹는다 어제 제가 만드는 잡지의 편집주간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막판 교정을 마치고 교정지를 필름출력소로 보내놓고 두 사람이 함께 국밥집에 마주 보고 앉아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지요. 편집하는 이들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건, 적건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선생이란 호칭일 겁니다. 어떤 경우엔 선생이라 부르는 것에 부아가 날 만큼 형편없는 글을 보내놓고 나 몰라라 하는 필자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제 경우엔 그래도 비교적 행복한 편집자입니다. 사실 이번호 잡지.. 더보기
문화망명자로 살아간다는 것 - 6주년에 즈음하여 문화망명자로 살아간다는 것 - 6주년에 즈음하여 " 생각하고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인간적 관계로 생각하라. 그러면 당신은 사랑에는 사랑으로서만, 신뢰에는 신뢰로서만 교환하게 될 것이다. 예술을 감상하려고 한다면 당신은 예술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해 영향력을 갖고 싶다면, 당신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만일 당신이 사랑을 일깨우지 못하는 사랑을 한다면, 곧 당신의 사랑이 사랑을 일으키지 못한다면, 만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에 의해서 당신 자신을 로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의 사랑은 무능한 사랑이고 불행이 아닐 수 없다." - K. Marx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아마 그 해 여름도 올해만큼 더웠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당시 “바람구두연방의.. 더보기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 첫 번째 내 마음의 모래바람에게 - 첫 번째 당신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를 먼저 정하는 일로 이 편지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우선 당신을 나는 "하르마탄(harmattan)"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사전적으로 정의된 것을 보면 이래요. "사하라 남부에서 주로 겨울철에 북동쪽이나 동쪽에서 불어오는 덥고 건조한 바람. 이 바람은 보통 많은 양의 먼지를 대서양 위의 수백km 밖까지 운반시킨다. 이 먼지는 종종 항공기의 비행과 배가 부두에 착륙하는 것을 방해한다. 하르마탄은 지방에 따라 ‘독터(doctor)'라고도 하는데, 이는 하마탄의 건조함이 여름철 습기를 몰아내기 때문이다. 하마탄은 기니 만의 북쪽 연안에 걸친 저기압 중심에 의해 강화된 무역풍이다. 여름에 이 바람은 해양으로부터 불어오는 남서계절풍의 더 찬바람에 의해.. 더보기
내 친구 이스크라의 1주기를 기리며 어떠한 인간도 사라지지 않으며 어떠한 인간도 잊혀지지 않으며 어떠한 어둠도 투명하지 않다. - 폴 엘뤼아르(Paul Eluard) 엘뤼아르는 친구 "장 아르프"를 애도하며 란 시를 썼다. 그러나 나는 이제 내 친구, 이스크라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어제 2005년 7월 3일 밤 7시 57분 낯모르는 이로부터 "이창진 씨를 아시는 분이면 연락주세요. 사고가 생겼습니다."란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나는 잠시동안 망설여야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알 수 없었으므로...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그 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네 소식을 들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나는 그 순간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었다. 머리속이 하옇게 탈색되어버린 느낌... 우리가 처음 만.. 더보기
얘들아!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자! 호주와 일본의 월드컵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잠시 인터넷에 접속했다.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속보라며 황라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의 탄핵 절차가 진행 중이란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호주 축구팀이 경기 종료 7분여를 남겨놓고 3대 1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축구 중계를 보지 않아도 주택가의 떠들썩한 소음을 통해 히딩크가 승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축구 결과가 인터넷에 올라올 즈음 황라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탄핵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황라열의 깜짝 등장과 몰락을 지켜보면서 “타카후미 호리에(堀江貴文)”를 떠올리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IMF와 마찬가지로 장기 침체를 경험한 일본의 젊은 세대들에게 “호리에몽”이란 별명이 더 익숙한 호리에 사장.. 더보기
지금 우리 어디로 가는 거니? 사회/ No. 163.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 2002년 연말 대선 무렵 이곳 문망에 오르내렸던 글들을 찾아 읽고 있습니다. 그 무렵 문망에서는 진보와 개혁,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과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는 입장들이 격돌했었지요. 오늘 지방 선거 결과를 바라보면서 그래도 그때는 차라리 행복한 고민이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이 글을 쓰려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난생 처음으로 대통령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온 길을 반추해가며 살펴보니 간단하게는 아래와 같이 정리되더군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경남 김해의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1966년 부산상고를 졸업했다.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전지법 .. 더보기
대추리의 평화를 궁금해하는 결이에게... 이렇게 공개되길 원치 않을 수도 있었는데 바람구두 아저씨가 임의로 공개해버려 미안하단 말을 먼저 전합니다. 이미 자신의 시각을 가지고 있는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보자면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문, 어쩌면 이미 판에 박힌 결론을 가지고 있는 어른들의 시선과 달리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그대의 질문이 주는 함의가 크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결이가 궁금해하는 그 문제, 어찌보면 원천적인 의문일 수 있는 궁금함들은 우리 모두가 함께 공유해보아도 좋을 만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대가 보내온 쪽지를 공개하였고, 제 답신이랄 수 있는 이 글도 공개하는 것이니 너무 나무라지 말길 바랍니다. 그리고 제 답글을 읽기 전에 이미 망명지의 여러분들이 남겨준 글들을 통해 나름의 고민과 의문들을 해결했다니 고마운 .. 더보기
그들이 문 밖에 있습니다 1박2일간. 340여명 정도 되는 지역의 인사들을 인솔하고, 외부 시찰을 다녀오는 행사를 치렀습니다. 말은 인솔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상전 받들듯 모시고 다녀온 셈이죠. 고백건대 이런 일을 한 차례 치를 때마다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끼곤 합니다. 반(反)도스토예프스키적인 딜레마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여러 사람들을 인솔하는 행사를 치르다보면 인간의 맨얼굴이 드러나는 기분이 듭니다. 인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쉽지만 한 개인을 사랑하고 이해하기는 어렵다는데, 저는 도리어 그 반대란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한 개인을 사랑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집단의 맨얼굴이 더욱 이기적이고 야만적이란 느낌말입니다. 이번 시찰단엔 고급 행정공무원부터 국회의원, 지역의 시민운동가들까지 두루 포함된 대규모 인원이 움직이는 일이다보니.. 더보기
오주석 선생님, 당신을 그리워하며... 미술사학자 오주석(吳柱錫) 선생이 1년 반의 백혈병 투병 끝에 지난 5일 오후 9시 반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향년 49세의 일기로 소천(召天)하셨다는 기사를 읽을 때 제 마음은 쿵하고 저 밑으로 떨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매번 당신의 건강을 묻던 김명인, 이용식, 노대명, 장석남, 백원담, 김진방 편집위원들 그리고 당신과 함께 자문회의에 참가하시던 김동춘, 홍윤기, 한홍구 선생님들이 늘 당신의 안부를 물었는데, 번번이 제가 연락을 제대로 드리지 못하다가 건강이 많이 호전되셨다는 당신의 이야기가 있었노라, 조만간 한 번 나오시겠노라, 하시더란 말씀만 그렇게 전해드렸었는데 별안간 세상을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한 번도 병문안을 가보지 못하고 신문 기사로 그 소식을 접한 제 게으름에 부끄러움으로 몸둘 바를.. 더보기
2006년 바람구두의 새해 인사 "오늘도 삶을 생각하기보다/ 죽음을 먼저 생각하게 될까봐 두려워라// 세상이 나를 버릴 때마다/ 세상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나는// 아침햇살에 내 인생이 따뜻해질 때까지/ 잠시 나그네새의 집에서 잠들기로 했다// 솔바람소리 그친 뒤에도 살아가노라면/ 사랑도 패배할 때가 있는 법이다// 마른 잎새들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내가 울던 날/ 싸리나무 사이로 어리던 너의 얼굴// 이제는 비가 와도/ 마음이 젖지 않고// 인생도 깊어지면/ 때때로 머물 곳도 필요하다" - 정호승, 쓸쓸한 편지 창 밖이 부옇습니다. 여러분들이 나누는 정담과 덕담들 속에 앉아 있노라니 문득 외톨이였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계시지 않던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번번이 속절없는 마음으로 맞으며 따스한 품이 많이 그리웠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