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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SY/한국시

김일영 - 바다로 간 개구리

바다로 간 개구리

- 김일영

창자가 흘러나온 개구리를 던져놓으면
헤엄쳐 간다
오후의 바다를 향해
목숨을 질질 흘리면서
알 수 없는 순간이
모든 것을 압수해갈 때까지
볼품없는 앞발의 힘으로
악몽 속을 허우적거리며
남은 몸이 악몽인 듯 간다
잘들 살아보라는 듯 힐끔거리며 간다
다리를 구워 먹으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도시로 헤엄쳐 갔다

출처 : 실천문학, 2008년 가을호(통권91호)


*

시가 담아내고자 하는 것 자체가 형상화(image)는 아니어도 형상화되지 못한 시를 보는 것은 괴롭다. 김일영 시인의 <바다로 간 개구리>가 그런 시란 뜻은 물론 아니다. 나에겐 정반대다. 내 안에서 너무 잘 형상화되어 도리어 가슴 아픈 시다.

우연치 않게 다큐멘터리 전문 채널에서 서바이벌 생존전문가가 사막에서의 생존기술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사막의 높다란 장벽을 거침없이 거슬러 오르기도 하고, 절벽 사이를 비집고 내려오는 기술을 자유자재로 선사한다. 암석과 모래 범벅인 사막에서 어떤 식물은 독이 있으므로 먹어선 안 되고, 어떤 식물을 따라가면 물을 구할 수 있는지 그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구릿빛으로 그을린 피부는 힘줄과 핏줄이 적당하게 솟은 근육으로 팽팽해졌다. 마침내 그는 사막 한 가운데의 암석 계곡에서 암석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을 구했다. 물을 찾아온 것이 그만은 아니었던지 사막 저 너머로부터 왔을지도 모를 개구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생존전문가는 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개구리를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그의 커다란 손바닥 위에 놓은 개구리는 새끼손가락만 했다. 잠시 후 그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건 먹을 수 있는 종류라고 말한 뒤 곧바로 개구리의 머리를 한입에 뜯어냈다. 개구리 대가리를 우적우적 씹는 그의 표정이 맛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도 먹고 싶어서 먹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 생존전문가는 손톱만큼 남겨진 개구리의 남겨진 몸통을 손수건으로 다시 조심스럽게 포장한 뒤 나머지는 나중에 먹을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한겨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을 어디부터 먼저 먹어줄까? 이야기해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지도 모르겠다. 머리부터 먼저 먹을지 아니면 꼬리부터 먼저 먹을지를 놓고 이야기하며 우리는 ‘잔인(殘忍)’에 대해 논한다. 과연 어느 것이 덜 잔인한 일일지 생존전문가에게 묻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는 철저하게 현실적이며 생존을 위해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했을 테니까.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그렇게 허리 아래가 잘린 채 무럭무럭 자라나 남은 몸을 악몽처럼 이끌며 소금기 가득한 바다로 간다. 스스로를 생존전문가라 믿으며...